그동안 겨울 가뭄이 아주 심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올해 이상하리만큼 조과가 시원치 않은 이유가 이 가뭄 때문이 아니었는지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어쩃든 출조를 앞둔 주말 새벽에 반가운 눈이 내립니다.
낙엽비가 내리는 가을 다음으로 좋아하는 낚시 분위기입니다.
낚시하며 맞이하는 함박눈~
'함박눈은 내리고 찌불은 솟고~'
눈오는 날 낚시가 겨울낚시의 가장 큰 매력인데 이제서야 함박눈이 내립니다.
이시간에 터에서 대를 펴고 있으면 아주 좋았을텐데...
눈이 계속 내리길 기대하며 이제 출발합니다.
악천후 때문인지 교통체증 없이 정확하게 도착 했습니다.
출조시간에 맞춘 알람시간에 정확히 일어나 외곽 고속도로 진입로 까지 갔는데 빨아 논 외투를 챙기지 못했네요.
다시 집에 들리는 시간만큼 시간이 늦었습니다.
예전에는 왼쪽은 구두, 오른쪽엔 슬리퍼를 신고 출조하기도 했는데 조급한 중병이 조금은 호전된 듯 합니다.
"하하하~"
미리 도착한 선배님들이 늦은 후배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요즘 우리는 주말마다 중병을 치료하러 입원하는 환자들이라고 스스로 말합니다.
"오늘 동반할 환자들은 누구고 입원할 병원은 어디여?"
출요일(出曜日)만 다가오면 안달하고 배배꼬이는 중병이죠.
잔잔한 물가에서 찌오름을 봐야 풀리는 갈증~
오늘 환자들이 입원할 병원은 서산 잠홍지입니다.
"곧 터질 때"라는 촉만 믿고 서산우리낚시할인마트에 도착해서 김종국 대표님께 포인트 안내를 받습니다.
각자 미끼와 소품들을 준비하고 출발하려는데 김종국 대표는 고개를 갸웃~
대호만을 수초낚시를 추천하고 차라리 성암저수지로 가라고 추천합니다.
며칠 전 성암저수지가 아주 호조황이었습니다.
낚이는 씨알도 굵었구요.
이렇게 4짜에 육박하는 대어도 낚였다고 합니다.
오늘 밤 기온이 영하 5도로 예보 되어 있어 조과가 어떨런지는 누구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마음 바쁜 중증환자인 꾼들은 '누가 더 큰 대어를 낚느냐'만 관심입니다.
성암저수지 호조황을 보고도 미리 계획했던 잠홍지로 출발합니다.
마음속에 다들 대어를 만날 생각에 들떴습니다.
성암저수지를 관통하는 국도 32호선 성암대교를 지나는 새벽 6시에 낚시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잠홍저수지로 출조하면서 성암저수지만 생각나네요.
마음 한 켠 다들 '성암저수지가 더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더군요.
몰라 보게 바뀐 잠홍저수지입니다.
저수지를 한바퀴 도는 둘레길이 잘 정돈 되어있습니다.
본부석을 설치할 자리도 깨끗히 청소되어 있고 낚시자리도 아주 좋습니다.
다만 둘레길 집입로에 주차를 해야하고 낚시를 해야 할텐데 웬지 뒤통수가 가렵습니다.
더군다나 수심이 70cn로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성암저수지가 밤새 생각나겠지요?
그럴바엔 차라리...
"성암지로 가즈아~"
'성암저수지 대어 전략법'
5분 거리인 성암저수지 중류권과 하류권들을 둘러보고 중상류권에 자리 잡았습니다.
낚싯대 펴는 것을 잠시 미루고 주변에 쌓인 쓰레기 부터 치우기로 의견을 모읍니다.
대어 전략법은 '대편성 전 미리청소를 하고 시작하자'입니다.
연장자인 선배님들의 솔선수범이 참 감사했습니다.
잠깐낚시를 다녀간 몰지각한 낚시꾼들이 한봉지씩 버렸나 봅니다.
조과가 좋지 않아서, 두 번 다시 이곳에 오지 않겠다는 심뽀인지, 낚시를 안다니겠다고 작정을 한건지~
욕설이 섞인 흔적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습니다.
정작 치우는 꾼들은 낚시하는 장소마다 버려진 쓰레기 부터 치우는게 습관이 되어 불평없이 쓰레기들을 정리합니다.
"수고한 만큼 대어로 보상 받을겨~"
흔쾌히 환경정화운동에 솔선수범 하신 조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버려진 쓰레기 봉지들을 파헤쳐 분리하니 대형봉투 3개로 충분했습니다.
파헤친 쓰레기에서 택배주소와 이름까지 나오네요.
뒤에 도착한 찔레꽃(박영석)님께 100리터 폐기용 봉투를 사오라고 부탁해서 아예 당진시내 분리수거장에 말끔하게 치웠습니다.
산뜻한 기분으로 대편성을 했습니다.
미끼는 글루텐과 지렁이인데 입질은 비슷하게 받습니다.
성암저수지는 옥수수 미끼에도 입질이 있는데 글루텐과 지렁이 보다 입질빈도가 적습니다.
저수온기에 예민한 입질까지 읽어야 합니다.
미끼를 단 바늘이 바닥에 닿게 가볍게 찌맞춤을 다시 했습니다.
짧은 낚싯대와 긴 낚싯대 9대를 폈습니다.
평지지 답게 2.2칸 기준 수심 1m 50cm, 5.2칸 낚시대는 2m입니다.
동반한 선배님이 장대 위주로 대편성 했으니 어떤 수심에서도 입질만 있으면 누구든 낚겠지요?
반가운 조우들을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대물승부사 메탈님, 풍류랑 회장 은서아빠님과 지인분들
다들 고수시니 오늘 대어를 누가 낚을지 기대됩니다.
성암저수지에 입원한 환자들이아주 많습니다.
중류권은 빈자리가 없을만큼 만석입니다.
장소가 바뀌어서인지 선배님들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아래울(이일구) 선배님은 아예 대펀성도 하지 않고 선후배들께 커피를 타서 배달하고 본부석 청소까지~
'호스티스(Hostess)'를 자처합니다.
△ 左 아래울(이일구)님/ 右 별바라기(김기봉)님를
"올 해 댐사랑 회장직 맡았다며? 무조건 별바라기를 힘껏 도와줄겨~"
지나가며 듣는 말 한마디에 선후배의 정이 넘칩니다.
출조 전날 밤샘피로를 쪽잠으로 풀려고 준비한 핫팩을 침낭에 넣고 온기를 모읍니다.
'낮에 편하게 쉬고 밤낚시에 초집중한다'라는 전략이 한 치 앞을 못보는 것 같습니다.
△photo by 별바라기(김기봉)님
두어 시간 편하게 자고 말끔하게 피로를 풀었습니다.
잠깐 자는 사이 까멜레온(김영태) 선배님이 7치 붕어를 낚았네요.
"선배님 밤에 입질 받아야 대어죠. 낮에는 쉬면서 기운 아끼시라니까요"
데일라이트(Daylight) 햇빛, 일광
일출, 일몰 전과 후 1시간
자연광(自然光)이 가장 좋은 시간
꾼에겐 입질 집중시간~
잔잔한 수면 때문에 혹시라도 저수지가 얼까봐 슬슬 불안해집니다.
오늘따라 바람 한 점 없습니다.
얼굴이 따갑도록 냉기가 얼굴을 할킵니다.
주중에는 봄이 온듯 따뜻하다가 주말만 되면 겨울이 사나운 얼굴을 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석축에 자리잡은 꾼의 찌불이 슬며시 들었다 내려오기도 합니다.
성암저수지 입질은 두어 마디 올리는데 챔질을 못하면 서둘러 미끼를 갈아줘야 합니다.
다시 올리기를 기다리거나 찌 몸통을 찍는 환상적인 입질은 없습니다.
비교적 밤 늦은 시간에 소나기 입질이 많습니다.
"아뿔싸!"
첫 대어를 만날거라는 환상이 산산조각처럼 깨집니다.
중병을 치료하기는 커녕 더 병이 더 커지게 생겼습니다.
"어쩜 이래~"
잔잔한 수면이 불안하더니 늦은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 저수지 전역이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밤낚시 시간을 별렀는데 참 황당합니다.
아예 낚시는 틀렸고 본부석에서 시간을 보내다 서산 시내구경을 다녀 왔습니다.
"또 틀린겨~"
한밤중에 철수한 빈자리가 많이 보입니다.
낚시는 못했지만 그나마 덜 아쉬운 것은 함께한 조우들 때문입니다.
대어 쫒는 꾼들에게 빈작은 태반이니까 개의치 않는 성숙한 모습들도 보기 좋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함께 같은 마음으로 깨끗하게 치우는 손길들이 보기 아주 좋았고~
늦은 오후가 되어도 녹지 않는 얼음을 보고 초조해 하지 않아서 좋았고, 불평하지 않아서 좋았고~
낚싯대는 걷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여유도 보기 좋고~
연이은 빈작에도 내마음이 느긋하니 좋았습니다.
찔레꽃(박영석)님의 도움을 받아 쉽게 낚싯대를 회수 했습니다.
아끼던 찌가 3개나 부러졌지만 두고두고 기억할 좋은 시간을 낚았습니다.
얼음이 얼 때 밤새 살얼음을 수초제거기로 깨면서 낚시를 할 생각이었는데~
'어리석은 것에 답이 없다'라는 낙엽비 생각
△별바라기(김기봉)님
강원도에서 이곳 까지 퇴근하고 달려온 별바라기(김기봉)님
직임, 낚시, 멋진 조행기까지 다재다능한 탈렌트(Talent)
△별바라기(김기봉)님
"괜찮아~"
시즌이 시작도 안한거니까~
곧 대어들로 망이 풍성할거니까~
▲낙엽비/photo by 별바라기(김기봉)님
'대어 쫓는 낙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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