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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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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토요일 오전
아산 영인지로 낚시를 갔습니다.
낮에 비는 안 오고 얼마나 습하던지 사람을 쪄 죽일 것만 같은 날씨 입니다.
좌대 방 안에 에어컨 틀어 그나마 다행이지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라
낚시가 이만저만 고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찌는 미동도 없고...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새 오후 막바지가 되어
마침내 32낚싯대 찌가 몸통까지 올라옵니다.
챔질하니 7치 붕어가 걸려 올라옵니다.
살림망 꺼내기 민망해 바로 방생 합니다.
낚시터 사장님이 이 좌대는 최근 "입질이 오면 대물" 이라며
재미 좀 보라며 '파이팅'까지 했는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밤낚시를 위하여 이른 저녁을 먹고 찌에 야간 케미를 새로 달았습니다.
입질이 워낙 없다보니 30낚싯대 두 대를 더 펴서 식구까지 늘려 봅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갑니다.
여덟시 무렵 36낚싯대 찌가 몸통까지 올라와 멈춰 섰습니다.
챔질하니 살치 한 마리 데롱데롱 매달려 나옵니다.
찌올림이 경박스럽지 않아 틀림없이 붕어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뀝니다.
이제는 대물이 아니라도 좋으니 작은 붕어라도 얼굴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9시 무렵 36낚싯대 찌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 챔질을 합니다.
제법 힘 쓰는 걸로 보아 어쩌면 '월척'이 아닐까 했지만 아쉽게도 9치급 붕어 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퍼붓기 시작합니다.
방으로 들어가 잠 좀 자려고 드러누웠지만 빗소리가 워낙 시끄러운데다
간간히 모기가 공습을 해대니 잠이 들기 어렵습니다.
잠자리 뒤척거리다 새벽 두 시가 지나니 배가 출출 합니다.
미역라면 끓여 밥 한덩어리 넣고 말아 먹었습니다.
담백한 맛이라 속도 편하고 좋습니다.
비가 소강 상태라 새벽 낚시를 시작해 봅니다.
혹시나... 행여나 찌가 멋지게 솟아 올라오길 기대해 보지만
역시나 여전히 요지부동 찌는 꿈쩍을 하지 않습니다.
서서히 먼동이 터오고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깔려있는 걸 보니
또 한번 비가 쏟이질 것 같습니다.
어둠이 걷혀가는 아침!
먼산 자욱한 안개에 가려 보일듯 말듯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에 빠져 시간
흘러가는 줄 모릅니다.
'그래 낚시는 이 맛도 있는 거야!' 라며 내 자신에게 스스로 위안을 해 줍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야간 케미가 빛을 잃어 찌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케미를 주간용으로 바꾸고 떡밥을 다시 달아 던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36 낚싯대 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오릅니다.
80센티 장찌가 위력을 발휘하는 듯 합니다.
찌가 몸통까지 올라와 쓰러져가는 걸 보면서 가볍게 챔질을 했습니다.
붕어가 힘을 쓰며 이리 저리 휘젖고 다녀 제압이 쉽지 않습니다.
수심이 4미터 가까이 되다 보니 붕어를 수면으로 띄우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붕어가 요리조리 오가며 버텨낼수록 낫싯대를 통해 손으로 전해지는 손맛이
강력해지니 온 몸으로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한참 실랑이 끝에 끌어 내니 턱걸이 월척 입니다.
이후 붕어가 몇 번 더 입질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간간이 잡어 입질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또 비가 퍼 붓습니다.
비가 그치는 것을 보고 낚싯대를 접었습니다.
이번 조행은 기온과 습도가 높아
사람을 '쪄' 죽일 듯한 날씨라 악전고투,
내 생애 가장 힘든 낚시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에 붕어 얼굴을 보지 못했더라면 앞으로 낚시를 '그만 둬야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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