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주말 오후이다.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출조에 나섰다.
서평택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저녁 식사를 마쳤다.
8시 경이라 사방이 어둠으로 깔렸다.
여덟시 30분이 지나서 아산 영인면 영인지에 도착하였다.
3년 전 4월 하순경에 월척을 한 번 했던 곳이라
은근히 월척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바람도 살랑거리고 달까지 없으니
오늘 밤 낚시 여건은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만 농사철이라 배수를 한 탓인지
수심이 만수위에서 한 1미터는 빠진 듯 했다.
다행히 어제부터 배수가 중단되었다니
조황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다.
배를 타고 좌대에 오르자 9시 경이다.
수심은 1미터를 조금 넘었다.
떡밥 낚시를 하기에는 조금 얕은 수심이었다.
어쨌든 낚싯대 셋팅하고 떡밥 개어 열심히 집어에 들어갔다.
한 시간이 지났지만 찌는 별다른 미동도 없다.
은근히 오늘 밤 낚시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열한 시가 지나자 깐죽거리는 피라미 입질만 몇 번 들어올 뿐
아직 입질다운 입질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열한 시 30분경부터 뜸성뜸성 찌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챔질해서 낚아내면 4치 전후 붕애들 뿐이다.
이렇게 잔챙이 붕어들과 씨름하면 하룻밤을 세울 것만 같다.
하늘에 별도 많고 분위기만으로는 아주 딱 좋은 데......
새벽 두 시 무렵이다.
옷을 투텁게 껴입었지만 살짝 한기가 들었다.
배가 출출해서 허기를 달랠 겸 해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따근한 커피까지 한 잔 했다.
이 세상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다.
이제 묵직하게 찌올림만 한 번 봤으면 소원도 없을 듯하다.
그런데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하도 입질이 없어서 곁 낚싯대로 한 대 더 펼쳐 놓았던 2.4칸 낚싯대에
찌가 한 뼘 이상 솟아 올라오더니 멈추어 섰다.
챔질을 하자 낚싯대가 묵직하다.
잘하면 월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하게 뜰채까지 사용해서 붕어를 제압하였다.
아무래도 월척이 될지는 아침에 재어봐야 할 듯하다.
그리고 어쩌면 떡붕어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몸통의 체형이나 꼬리의 모양이 떡붕어를 닮았다.
(아침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떡붕어였다. 영인지 떡붕어는 토종붕어와 헷갈리게 많이 닮은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토종과의 교배종 2세가 아닐까 싶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졸음이 올려오지만 낚시인으로 새벽 시간대를 놓칠 수는 없다.
오늘은 차를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졸음을 이겨내고 낚시에 몰입하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별다른 상황 변화는 없다.
밤새 집어는 잘 시켜 놓은 것 같은데
4치를 전후해서 잔챙이 일색이다.
넣기다 무섭게 찌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가끔은 붕어가 두 바늘에 모두 걸려서 나오기도 했다.
떡밥을 달아 던져 놓으면 바로 입질이 들어왔다.
너무 너무 바쁘다. 잔챙이에 너무 시달리는 낚시가 되고 있다.
아아! 오늘 낚시도 이렇게 마무리 하여야 하나.
새벽 낚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대로 한 두 시간만 낚시를 해도 마릿수로 백마리를 채우는 것은
식은 죽을 먹는 것처럼 쉬울 것만 같았다.
조황은 7-8치급 씨알 좋은 붕어는 서너 수에 그쳤고
9치급 떡붕어도 서너 수 되었다.
아마도 나머지 잔 씨알 붕애들까지 마릿 수를 헤아린다면 100 수는 족히 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밤새 잔 손맛은 실컷 본 하룻밤 낚시였다.
알림
노지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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