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지 2010년 8월 13일-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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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자리를 옮길까 말까를 두고 고민만 거듭했다.
그런데 날씨가 자리를 옮기는 것까지 방해를 하는 것 같다.
점점 굵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더욱 거세게 불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추가로 폈던 2.4칸 낚싯대에 찌가 서서히 올라왔다.
묵직하게 찌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서 직감적으로 붕어의 입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잔뜩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간 챔질에 붕어가 제대로 걸려들었다.
제법 힘을 쓰는 붕어라 손맛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그리 크지는 않을 듯싶다.
붕어를 물 밖으로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니 토종붕어다.
붕어의 크기는 일곱 치는 되어보였다.
붕어가 여섯 치인 내 손바닥에서 한 치 정도 지느러미가 살짝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꽝은 면했다는 안도감으로 마음이 한결 편안해 자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경우 체면치례는 한 것 같아 마음 한구석 동료들에게 느꼈던 부담감도 털어낼 수 있었다.
어찌되었건 최소한 계척 대상이 되는 5치 이상의 붕어 한 마리는 나도 걸어내지 않았는가?
이제 시간은 세시를 넘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맨 우측 2.3칸 낚싯대에 찌가 살며시 올라오고 있다.
재빨리 챔질을 했더니 6치도 안 되는 잔챙이 붕어가 끌려나온다.
그리고 새벽 4시가 될 무렵까지 5분 간격으로 붕어의 입질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꾸준히 한 자리에서 낚시를 한 보람이 있나보다.
어쨌든 붕어를 집어하는데 성공을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붕어 씨알이 5치에서 7치를 벗어나지 않는 잔챙이 일색인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한참을 잔챙이 붕어와 씨름하는 동안 2.9칸 낚싯대에 찌가 서너 마디 살며시 오르는가 싶더니 멈추어 서있다.
이번에도 잔챙이 붕어라 지레 짐작하고 가볍게 챔질했다.
그런데 어떤 녀석이 걸려든 것일까?
낚싯줄이 핑핑거리면서 울기 시작한다.
낚싯대를 세우려고 힘을 쓰기 시작한지 5초 정도 지났을까?
낚싯대를 쥔 오른손에서 갑자기 힘이 빠져 나가고 만다.
그랜드 FX 1.7호 원줄이 맥없이 끊어져 나가면서 낚싯대만 빈 허공을 갈랐다.
대조차 세워보지 못하고 줄을 터트려버린 놈의 정체가 어떤 놈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낚시 가방에서 여분의 2.9칸 낚싯대를 황급히 꺼내 그 자리에 다시 펼쳐 놓고 입질을 기다렸다.
그리고 틈틈이 2.9칸 낚싯대에 신경을 곤두 세웠지만 낚시를 마칠 때까지 입질 한 번 들어오지 않았다.
5시 반 경에 먼동이 터오기 시작하더니 여섯 시 무렵에는 밝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벽 세시부터 시작된 붕어의 입질은 아침까지도 계속 이어져 가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 점점 더 잔챙이 일색이긴 하지만 2.3칸 낚싯대에 평균 5분 정도의 간격으로 붕어의 입질이 이어졌다.
아마 이침부터는 4～6치급 붕어로 시간당 열수가 넘는 마릿수를 낚아낸 듯 하다.
새벽 3시부터 오전 8시까지 총 50여 수가 넘는 마릿수 조과를 기록하지 않았나 싶다.
손바닥 크기에 미달되는 6치 미만의 붕어는 즉석에서 방생을 하면서 낚시를 했다.
살림망을 들어보니 6치 이상 붕어 20여 수가 퍼덕 거리고 있었다.
철수를 앞두고 장대비가 쏟아졌다.
잠시만 비를 피하면 괜찮으리라 생각으로 비가 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비옷이나 변변한 우산 하나 없었던 처지라 순식간에 쫄딱 비를 맞고 바로 생쥐꼴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 비닐로 만든 비옷이라도 한 벌 있었다면 불쌍한 생쥐꼴만은 면했을 텐데.....
다음번에 낚시를 떠날 때부터는 꼭 비닐 비옷이라도 하나 낚시 가방에 챙겨가지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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