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파로호에서 나의 꿈은 좌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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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로 전해지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묵직한 무게에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지고 만다.
일어서서 낚싯대를 잡은 손을 머리위로 한껏 치켜세우고 내 발앞으로 놈을 끌어당기며 수면위로 띄워 올렸다.
제법 씨알이 큰 붕어다.
그런데 내 발 앞으로 끌려온 붕어가 놀란 모양이다.
낚싯대가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고 좌대 안쪽으로 순식간에 얼굴을 처박고 달아나려 한다.
낚싯대를 좌대 바깥쪽으로 밀어 올리며 붕어를 다시 수면위로 띄워 올렸다.
다른 한 손으로는 낚싯줄을 잡아 붕어를 좌대 위로 조심스럽게 단 한 번에 사뿐히 들어올렸다.
좌대 위로 끌려 올라온 붕어가 또 한 번 퍼드덕 거리더니 낚시 바늘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나는 두 손으로 좌대 바닥에서 퍼드덕 거리던 붕어를 살림망에 넣어두려고 살며시 집어 들었다.
그런데 살림망 입구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붕어가 직감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붕어가 죽기 살기로 마지막 발악을 거세게 한 것이다.
손간 붕어가 내 손아귀에서 허망하게 빠져나가고 만다.
그리고 어찌 손을 써 볼 겨를조차 없었다.
좌대 바닥으로 떨어진 붕어가 한두 번 퍼드덕 거리며 뒹구는가 싶더니 물속으로 텅벙 다이빙이라도 하는 것처럼 내 눈앞에서 유유히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아침에 방생할 붕어라 할지라도 이렇듯 허무하게 녀석을 보내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떡붕어라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 나에게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큰 기쁨을 안겨 준 첫 수 인데다 준척급 씨알로 빵도 아주 좋았던 놈이라 진한 아쉬움이 가슴속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붕어와 얼굴을 상면하자마자 바로 이별한 셈이 되었으니 어찌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밤을 지나 이제는 서서히 새벽이 다가 오고 있다.
한없이 밀려오던 졸음도 이 붕어 한 마리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낚시에 지쳐가던 차에 이 붕어 한 마리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빈작에 시달린 낚시로 지쳐가던 우리 모두에게 이 붕어 한 마리가 다시 낚시에 몰입할 수 있는 원기를 불어 넣어주는 듯했다.
눈을 반짝거리며 찌를 응시하면서 서서히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는 새벽을 조용히 맞이한다.
한 시간쯤 흘러 새벽 두 시 무렵이다.
춘천에 사는 동료 분이 밤참을 거나하게 차렸다.
물만두 족발 막국수에 어묵 넣어 따끈하게 끓인 라면까지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냈다.
막걸리에 소주도 한 잔씩 오갔다.
더욱이 저녁 식사가 된장찌개라 많은 시장기를 느끼고 낚시를 하던 차에 이 얼마나 맛난 음식들인가.
따끈하게 끓인 라면의 냄새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맛난 밤참을 준비한 최 주임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두 시를 지나 새벽 세 시가 다가오고 있다.
미세하게 꿈지락 거리기만 하는 찌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러다 가끔은 빠르게 솟아오르는 찌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챔질을 해보지만 실망스럽게 헛챔질만 이어질 뿐이다.
한 시간이 또 흘렀다.
이제는 새벽 네 시가 지나가고 있다.
어둡기만 하던 사방이 어슴프레하게 조금씩 밝아지는 듯하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 위로는 물안개가 꼬물거리며 피어오르고 있다.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노래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쫓아내도 손등이나 다리 부위를 종종 따끔하게 물어대는 모기의 성화나 쉼 없이 밀려드는 졸음은 짜증을 부르기도 하였다.
좌측 3.2칸 낚싯대에 찌가 슬며시 솟아오르고 있다.
가볍게 들어간 챔질에 무언가가 낚싯대에 걸려든 것은 분명하다.
낚싯대를 치켜세우자 물속에서 자그만 붕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튀어 올라 파닥거리며 내 발 앞으로 힘없이 끌려오고 만다.
이 드넓은 호수에서 너무나 자그마한 붕어 한 마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자그마한 붕어를 만나려고 여길 찾았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은 이 녀석이 나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생각만 버린다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녀석이라 나에게 기쁨을 안겨준 고마운 녀석이 아니던가.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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