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파로호에서 나의 꿈은 다음을 또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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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다섯 시다.
이제는 아침 낚시에 모든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낚시터 좌대 분위기로 봐서는 그리 심심치 않게 손맛은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아침 다섯 시까지 보여준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13시간 낚시에 고작 붕어 두 수가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것도 잠을 한 숨도 자지 않고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말이다.
서서히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사방이 밝아오면서 찌 불이 희미해져 찌를 보기가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30분 정도 흐르고 나자 찌들이 점점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침 6시 무렵이 되었다.
이번에는 가운데에 펼쳐진 2.9칸 낚싯대에 찌가 살며시 올라온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2.9칸 낚싯대를 들면서 힘차게 챔질을 했다.
낚싯대를 타고 전류가 흐르는 듯 짜릿한 손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씨알이 잔 붕어가 틀림없다.
낚싯대를 통해서 파르르 떨리는 손맛은 있으나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붕어를 물속에서 끌어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아쉽게도 떡붕어인데다 씨알도 6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잔씨알 붕어였다.
이제부터 붕어들의 입질이 시작되는 것일까?
섣부른 기대가 또 한 번 나에게 실망을 안겨 줄 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침 조황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 번 가슴에 품어본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슴에는 가득 희망을 품고 아침 낚시를 하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찌는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듯 보이지만 여전히 제자리만 지키고 꼿꼿이 서 있기만 한다.
일곱 시가 가까워졌지만 아직은 따가운 아침 햇살을 맞지 않고 있다.
호수에 안개가 조금 낀데다 회색빛 구름들이 하늘을 겹겹이 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공기가 시원해서 새벽 낚시를 하다 반바지 위로 걸쳐 입은 긴 바지 하나 때문에 다리가 점점 더 갑갑해 지는 것을 알았다.
걸쳐 입은 긴바지를 벗어 내자 금새 다리가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침이 되어도 역시나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철수를 조금 서두르는 것이 나을듯하다.
우리 일행은 낚시를 오전 8시 30분까지만 하고 짐을 싸서 9시에는 철수하자고 입을 모았다.
아침 7시를 조금 못 미치는 시각이다.
왼편에 펼친 3.2칸 낚싯대에 찌가 슬며시 올라왔다.
힘차게 들어간 챔질에 한 마리 붕어를 걸었지만 낚싯줄에 달랑달랑 매달려오는 작은 녀석이 아닌가.
붕어 입에 걸린 낚시 바늘을 조심스럽게 빼어내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니 크기가 5치도 채 되지 않는 애기 붕어다.
이어지는 잔챙이 입질에 실망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달랑 한 수에 그친 어젯밤만 생각하면 이도 다행스런 일이 아니겠는가.
비록 잔챙이 붕어 세 수라고는 하지만 아침에 붕어와 얼굴도 상면했고 잔잔한 손맛까지 즐겼으니 이도 다행으로 여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만약 이들 잔챙이 붕어들 마저 만나지 못했다면 어젯밤보다 더욱 참담한 허망하고 쓸쓸한 그런 아침을 지금 맞이하고 있지 않겠는가.
이제 아침 7시를 넘어서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짐을 천천히 챙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침 조황 역시 너무나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잔챙이 붕어들의 입질에 연연하기 보다는 다음을 또 기약하는 것이 현명한 낚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짐을 어느 정도 다 마무리 해 갈 무렵이다.
달랑 한 대 남겨 놓은 3.2칸 낚싯대의 찌 움직임이 수상하다.
찌가 살며시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가더니 이내 한 마디 두 마디 살포시 솟아오른다.
낚싯대를 들어 챔질을 하였다.
묵직한 손맛이다.
물속에서 버티는 녀석의 힘으로 보아 붕어라면 틀림없이 월척급에 가까운 크기일 것이다.
수면 위로 한번 끌어올린 녀석의 얼굴을 보니 붕어가 틀림이 없다.
이리 저리 방향을 틀면서 휘젖고 다니는 붕어를 제압하기 위하여 나는 낚싯대를 머리위로 높이 치켜세우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붕어가 수면 위로 떠올라 한두 번 공기를 들이키고 나더니 힘이 다 빠졌나 보다.
발 앞으로 끌어당겨 다른 한 손으로 낚싯줄을 잡고 붕어를 사뿐히 좌대 위로 들어올렸다.
붕어가 월척이 될 듯한 제법 큰 놈이었지만 떡붕어라는 점 때문에 아쉽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결국 파로호 용호좌대에서의 1박 2일 조황은 떡붕어로만 준척급 두 수에 대여섯 치급 4수로 총 여섯 수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파로호 낚시는 나의 40여년 낚시 인생에 첫 출조지였다.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아름다운 풍광!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는 훌륭한 낚시터임이 분명해 보인다.
조황만 조금 더 받쳐 준다면 붕어 낚시인들에게 이보다 환상적인 낚시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로호에서 정말 토종 월척붕어를 만나보고 싶다면 초봄이나 늦가을 무렵에 꼭 한 번 파로호를 들려달라는 낚시터 관리인의 말이 귓가에서 맴돈다.
올해 늦가을에 다시 한 번 파로호에서 나의 꿈을 실현해 볼까?
끝으로 이 글을 통해 1박 2일 저와 낚시를 함께 한 직장 동료와 그 친구 분이 베풀어준 호의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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